001. [ Playing Dali; L.H.O.O.Q. ] | 1991, 분장 놀이, 기록사진 가운데 하나

002. [ Playing Dali 2; L.H.O.O.Q. ] | 1994, 분장 놀이, 기록사진 가운데 하나

003. [ Playing Dali 2; L.H.O.O.Q. ] | 1994, 분장 놀이, 기록사진 가운데 하나

 

<Playing Dali; L.H.O.O.Q.>는 대학 2학년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즉흥적으로 시작한 일종의 분장 놀이다. 살바도르 달리처럼 분장을 하고, 뒤샹의 말장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사실 이 장난스런 작업의 발단은 달리의 그림에서 출발했다. 달리의 <애처로운 장난>이란 작업은 남성간의 항문 섹스와 그 낭패감에 대한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 그림의 도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평생동안 자신의 부인을 방패막이 삼았던 '숨은 보갈' - '미스 달리'의 애처로운 전략을 비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수염을 뒤샹의 <L.H.O.O.Q.>에 갖다 붙였다. 모나리자는 화가의 여성화된 자화상이고, 따라서 L.H.O.O.Q.(Elle a chaud au cul)는 화가가 항문섹스를 즐기는 소위 '마짜bottom'라는 못되먹은 말장난이었다는 게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나눈 이야기의 요지였다. (물론 의문은 남았다. 달리가 <L.H.O.O.Q.>의 모나리자처럼 수염을 기른 것이 혹시 전략은 아니었을까? ... 이제는 누구나 독해 가능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독해방식과 대화를 공유할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는 참 드물었다.) 우리는 수염을 그리고 달리와 모나리자의 표정을 번갈아 따라하며 밤새 즐겁게 놀았다. 달리의 수염이었는지 뒤샹의 낙서 수염이었는지는 잘 몰라도, 아무튼 수염을 그려서 그랬는지 얼마 뒤 우리 가운데 몇몇 '궁둥이'도 뜨거웠다. 믿거나 말거나.

1994년은 내게 중요한 해였다. 이른 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동성애자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나는 동성애자 관련 도서를 구해 읽고, 또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Playing Dali; L.H.O.O.Q.>를 한 번 더 해보았다. 그것이 <Playing Dali 2; L.H.O.O.Q.>다. 이번엔 입술루즈를 그리되 한쪽으로만 수염을 뒤집어 이어 그렸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구멍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섭고 기이한 이야기들만 만들어졌고 처음처럼 재미있지도 않았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1994년 겨울, 내가 선택한 매체는 비디오였다.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게이와 트랜스젠더들을 인터뷰하고 다녔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금세 나의 볼드한 태도에 전염되어 순순히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곧 동성애자인권운동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에 작업은 완성되지 못했다. <Playing Dali; L.H.O.O.Q.>와 <Playing Dali 2; L.H.O.O.Q.>에서 등장했던 수염의 알레고리는 후일 살에서의 퍼포먼스(1996년)에서 재활용되었다.